[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국내 기업의 저출생 위기 대응이 100점 만점에 평균 55.5점으로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1위는 삼성전기(85.3점)였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인구위기 대응 우수기업 기초평가’ 결과를 18일 이런 내용으로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 3~4월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국내 300개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 한미연은 ▲출산·양육지원 ▲일·가정 양립지원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 ▲지역사회 기여 등 네 가지 부문의 17개 세부 지표를 만들어 평가를 했다.
평가 후 각 부문별 점수에 가중치를 두고 합산해 산출한 기업의 인구 위기 대응 총점은 300개 기업 전체 평균 55.5점(100점 만점)으로 조사됐다.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부문은 지역사회 기여로 21.3점이었다. 이어 출산·양육지원 52.0점,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 55.1점, 일·가정 양립지원 75.9점 등이었다.
한미연은 “300개 기업은 임직원 육아 지원,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등 법적 의무 사항에 대해서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면서도 “남성 의무 육아휴직 제도는 극히 일부 기업들만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출산 휴가도 법적 의무만 충족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주 양육자 역할을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근로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총점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전기(85.3점)였다. 이어 ▲롯데정밀화학(83.8점) ▲신한카드·KT&G·KB국민카드(각각 80.9점) ▲국민은행·삼성전자·한국가스공사·제주은행·효성첨단소재(각각 79.4점)가 10위에 들었다.
최하점은 16.2점을 받은 순수 지주회사다. 자회사 지분만을 보유하며 자체 사업을 하지 않는 사업체로, 한미연은 하위권 50개 기업의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주회사를 제외하면 총점이 가장 낮은 기업은 유틸리티 및 에너지 분야 기업(25.0점)이었다. 한미연은 최하위권에 포진한 296위(27.9점), 297위(26.5점), 299위(25.0점)가 모두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이라고 밝혔다.
한미연은 총점 상위 50위권과 하위 50위권을 각각 분석했는데, 두 집단의 차이는 임산부 근로 보호 제도와 직장 내 어린이집 운영 여부에 따라 갈렸다고 밝혔다.
한미연은 “임산부 근로보호제도의 경우 임신기 근로 시간 단축, 난임 치료 휴가, 태아 검진 시간 허용 등이 모두 법적 권고사항”이라며 “규모와 상관없이 관련 제도의 이용을 장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어린이집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의무 설치 여부가 다르지만, 임직원 수요가 있다면 어린이집을 설치 또는 위탁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미연은 300개 기업 중 지주회사 28곳을 제외한 나머지 272개 기업을 자체 기준에 따라 유사업종(산업)으로 분류한 뒤, 산업별 대응 총점을 따로 산출했다.
그 결과 25개 기업이 속한 ‘IT 부품·하드웨어, 반도체 및 기계부품 제조'(IT 제조)가 총점 평균 60.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위는 금융지주를 제외한 금융업으로 52개 기업이 평균 60.2점을 기록했다.
IT 제조 분야는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와 관련해 높은 평가점수를 받았고 지방소멸 대응 수준도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남성 임직원을 위한 출산과 양육 정책은 미흡하고, 남성 육아휴직 운영 기업은 없었다.
건설업 분야 16개 기업은 평균 51.1점으로 11개 산업군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 철강, 조선 등 기타 제조업(52.9점)이 순위가 낮았다.
한미연은 건설업 특성상 현장직과 일용직 등 계약직 형태 근로자가 많아 고용 안정성을 지표로 삼은 ‘출산장려 기업문화 조성’에서 박한 점수를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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