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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윤 대통령 탄핵까지 ‘민주주의 작가 실천 운동’ – 오늘의핫이슈TV

한국작가회의, 윤 대통령 탄핵까지 ‘민주주의 작가 실천 운동’ 3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을 2차 탄핵소추안 가결을 앞두고 한국작가회의는 ‘민주주의 작가 실천 운동’을 전개한다.

한국작가회의는 13일 광화문 ‘가봉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시국 관련 한국작가회의의 ‘민주주의 작가 실천 운동’ 전개와 ‘한국작가회의 50주년 ’우리는 중단하지 않는다!-생명, 연대, 평화, 민주주의, 문학‘ 기념행사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실질적,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 행위로서 국헌을 어지럽히고 국민의 대량 학살을 기도한 내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하야 또는 탄핵소추에 따른 즉각적인 직무정지 필요하다”며 “윤석열을 포함하여 내란에 가담한 국무위원, 국회의원, 군부 등 모든 공범들에 대해 검찰이 아닌 특검에 따른 구속 수사 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날 회원 300명이 한 줄 성명 발표과 함께 ‘민주주의 작가 실천 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오는.14일 여의도 탄핵 촉구 집회 참여하고 하고 오는 한국작가회의 창립 50주년 기념 작가선언문 채택한다.

이후 윤 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 소추 가결 때까지 지속해서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계와도 연대해 ‘윤석열 퇴진 예술행동’을 추진하고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하고 운동도 전개한다 .

탄핵소추 가결 이후 탄핵심판 인용시까지 성명 발표 와 집회에 참여하고 모든 국민 인권이 보장되는 불가역적 민주주의 체제 구축을 위한 개헌 논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만일 탄핵소추 부결되면 전 국민 저항운동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학평론가 염무웅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소설가 현기영 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 오창은 전국작가대회 및 기념행사 준비위원장, 시인 안주철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작가회의 50주년 ‘2024 작가선언’ 전문

가장 어두운 밤으로부터 가장 찬란한 밤으로

1. 우리, 작가들에게 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시간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편으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내밀한 행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잠든 고요 속에서 어둠에 가려진 진실을 파고들어 작은 불빛으로 밝혀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지난 시대의 한국문학은 밤의 시간들로 채워져 왔습니다.

1942년, 식민지 조국을 살아가던 청년 시인 윤동주는 이런 밤의 시간 앞에 작은 호롱불을 켜는 것조차 괴로워했습니다. 제국의 침탈과 폭력, 말과 글마저 지워버리려 했던 강압에 울분을 감추지 못한 이 청년은 자신이 머물던 좁은 방 안으로 저 낮의 세상이 조금이나마 새어드는 것도 참기 힘들었습니다.
1945년, 해방 공간에서 친일 부역자들을 청산하지도 않고, 민중의 삶을 위한 개혁에도 끝내 눈을 감아버린 이승만 정권에 저항했던 신동엽 시인도 있습니다. 1960년, 혁명의 깃발이 나부끼던 4월의 현장을 오롯이 지켜냈던 그에게 밤이란 통금에 쫓기면서도 하루의 노동을 끝낸 사람들이 술잔을 나누며 작은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어야 마땅했을 겁니다.
1973년 12월 24일, 우리 작가들은 ‘민족문학의 밤’을 통해 밤의 힘을 온몸에 새겼습니다. 그것은 독재자 박정희의 불법적 유신 체제가 빼앗아버린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아늑한 휴식과 다정한 이야기를 되찾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희망의 불꽃을 지필 밤의 시간을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거쳐 오늘의 한국작가회의에 이르는 50년 동안의 긴 밤을 지새우고 또 지새워온 것입니다.

우리, 작가들은 ‘진실한 허구’를 통해 불의한 현실에 맞서고자 펜을 드는 자들입니다. 문학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창안하는 행위인 동시에, 그렇게 창안된 현실을 통해 지금 여기의 ‘너머’를 바라보고 또 끌어당기는 글쓰기 노동입니다. 그렇기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저 1980년의 항쟁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하는 ‘진실한 허구’의 이야기, 가장 핍진한 기록이 됩니다. 문학의 밤, 그리고 밤의 문학. 이 세계의 절규를, 억눌린 진실을, 신음 속의 고통과 망연한 눈동자를, 우리는 기록하고 증언합니다. 가장 어두운 저 밤의 시간을 밝히기 위해. 길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의 손을 맞잡기 위해.

2. 2024년 12월 3일. 또다시 우리의 밤이 침탈당했습니다. 법의 껍데기를 빌린 언어와 질서를 가장한 군홧발이 날카로운 이빨을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영상들이 미처 이해되기도 전에, 그들은 어느새 우리의 목덜미를 낚아챌 수 있는 거리까지 좁혀 들어왔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마치 초식동물의 무리를 습격하는 한 떼의 사나운 짐승처럼 우리의 밤 속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왔던 것입니다. 앞선 시민들의 피로 적어 내려간 민주주의가, 그리고 나날의 한가로운 평화 속에 지속되던 우리의 아침이 모두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 시민들의 밤을 위협하는 악몽은 너무나 쉽게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타인의 얼굴에서 오직 죄만 읽으려 애쓰던 자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법을 칼처럼 다루는 검사들의 정부는 처음부터 이 땅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과 삶을 바친 이들을 모욕하고 부정하기 위해 세워진 듯했습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던 저 의열의 역사를 더럽히고 배신하며 거짓을 선동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 투쟁, 권위주의와 독재에 대한 저항의 역사를 비웃으며, 불의에 맞선 시민들을 적으로 간주했습니다. 통치자의 권력에 무릎 꿇지 않는 자라면 누구나 ‘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위협하고 짓밟았던 것입니다.
나란히 걸으면 서로의 손끝마저 스치는 서울의 골목길에서, 웃고 떠들며 가을을 완상하던 젊은이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2022년 이태원에서 벌어졌습니다. 국가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 어린 학생들이 죄 없이 바다에 수장된 지 채 십 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권력에 눈먼 저 기득권 집단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공동체가 지켜야 할 도덕과 정치를 외면한 채 질문을 회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직업이면서 의무인 자 중 그 누구도 ‘이것은 나의 책임이다’라고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목숨을 잃은 시민들의 얼굴과 이름을 지워버리고 빈 위패를 바라보며 시늉뿐인 애도를 연출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의 밤. 국가와 자본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 있던 기득권과 집권층의 맨얼굴이 드러났습니다. 군경을 동원하여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총칼로 통치를 연장하고자 했던 그들의 밤은, 어쩌면 가장 어두운 밤이 되풀이되는 비극을 불러왔을지 모를 사건입니다. 지친 삶을 충전하고 또 풍요롭게 재생시켜야 할 우리의 밤은 그렇게 다시 유린될 위기에 처했고, 우리는 저항하고 싸우는 중입니다. 아직, 그리고 여전히, 이후로도 계속.

우리, 문학은 이 밤과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문학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개인들의 삶은 문학을 완성하는 유일한 조건입니다. 아무 골목길을 지나가기만 해도 들려오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숨결, 웃음소리, 발자국 소리들 말입니다. 봄이 되면 꽃이 피듯 별다른 정의조차 필요하지 않은 삶의 면면들이 바로 문학입니다. 문학은 우리 삶의 경계를 벗어나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시간과 장소가 달라도 변함없이 지속되는 삶의 형상, 그 생명의 공동체를 문학은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문학과 공동체는 서로를 껴안음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짝이고, 우리는 문학을 통해 공동체를 마음껏 꿈꿀 수 있습니다. 그렇게 문학은 밤에 태어납니다. 우리,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두운 밤은 곧 가장 찬란한 밤을 향한 여정입니다.

문학은 가장 좋은 것을 고르기 위한 경쟁의 시간이 될 수 없습니다. 저 웅크린 밤의 침묵 가운데 낙오되고 배제된 이들을 끌어안고 함께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밤이란 우리를 침범하는 것들에 맞서 온몸으로 대결하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입니다. 가장 어두운 순간으로부터 가장 찬란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였고, 우리를 기다리며, 지친 우리가 일어설 때까지 지켜보는 시간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런 밤이라면 어둠이 걷히고 빛으로 가득한 밤이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광장에 나온 우리처럼 대통령 이름을 목청껏 외쳐야만 하는 밤이 아니라, 대통령의 이름조차 모른 채 편안하게 잠이 드는 밤입니다. 그런 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우리, 작가들은 지금의 이 어두운 밤을 마다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토록 어두운 시간이, 한 치 앞도 바라보기 난망한 암흑의 순간이 우리에게 부여한 운명을 꼭 껴안고 견디고자 합니다. 가장 찬란한 밤은 지금, 이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작가들은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밤의 평화를 위해 글을 쓸 것입니다.
우리, 노동자들은 어둠 속에 가려진 것들에 몸을 숙이고 손을 내밀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곁의 누군가를 위해 항상 자리를 내주며 말을 건넬 것입니다.
우리, 문학은 언제나 고통의 밤을 끌어안고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2024년 12월 22일
(사)한국작가회의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213_000299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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