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전으로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과학법'(칩스법) 실행 로드맵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국 견제라는 미국 정부의 ‘대전제’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트럼프 집권 시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더 강화되거나 대중 수출 규제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당성되면 친환경 정책 급선회 가능성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5일 치러지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을 대신해 나온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후보(현 부통령)가 당선된다면 칩스법은 큰 틀에서 변함 없이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제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하는 등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친환경 정책 기조를 급전환한 사례가 있다.
현재로선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자국 제조업의 활성화는 미국 민주당, 공화당 양당 모두의 주요 공약이다. 이미 양당의 합의로 법이 미 의회를 통과한 만큼 보조금 지급 자체를 번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 청구서 달라진다?…업계 촉각
하지만 보조금 ‘청구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면서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이지만, 보조금 지급에 따른 추가적인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단 의미로 업계에 회자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경우 동맹국·파트너의 중요성에 따라 자국은 물론 동맹국과 연계한 공급망 강화를 추진해 왔지만, 트럼프의 경우 자국 중심주의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 지원 기업에 금액에 따른 추가 투자를 요구하거나,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동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일 미국 추가 투자를 요구받는다면 현지의 높은 인건비, 규제 준수 비용 등으로 인해 투자 대비 수익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도 지난달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 미국 현지 투자가 보조금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반도체 보조금을 빌미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대중 무역 통제 동참을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있는 기업들로서는 설비 투자나 사업 운영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후보의 강도 높은 대중국 규제로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무역 장벽이 강화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심화될수록 세계의 제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은 지금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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