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올해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하면서 역대 2위 실적을 냈지만 이 같은 수출 훈풍이 국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못하면서 수출과 내수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수출 호조세를 원동력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내수가 수출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수출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증가하는 경향인 점을 고려하면 산업부가 올해 목표로 세운 역대 최고치인 7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7월 수출도 전년 대비 13.9% 증가한 574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호조세가 계속돼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다만 청신호가 켜진 수출과 달리 국내 소비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9분기 연속 감소세인데, 감소 폭도 2009년 1분기 4.5% 감소 이후 14년 1분기 만에 최대 폭이다.
소비뿐 아니라 투자 역시 지난해에 비해 부진한 모양새다.
2024년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어들면서 지난 2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1.3% 감소했다.
현재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인 동행종합지수에서 추세 변동분을 제거한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1포인트(p) 감소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수출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계속되는 민간소비 부진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0.1%p 낮춘 2.5%로 수정했다. 민간소비는 지난 5월 전망 대비 0.3%p 낮춘 1.5%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역대급 수출 호조세가 하반기에는 국내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키웠지만 내수 회복 조짐은 요원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우리 경제는 기존 전망에 비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되겠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KDI 등 연구기관 평가와 달리 내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최근 경제동향에서는 ‘완만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기대보다 더디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전반적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으로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도 민간소비를 상반기 1.0% 하반기 2.0%로, 설비투자는 상반기 -2.3%, 하반기 3.1%로 전망한 만큼 상반기 대비 하반기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수출에 가려졌을 뿐 내수 부진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정부에서는 계속해 낙관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경기라는 것이 수출만으로는 유지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여전히 가계 소비와 설비 투자 부분이 더 회복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책금리가 인하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여력이 높아져 내수 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민간소비 전망 하향은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더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5월 금통위 때부터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미 그 시점을 지났기 때문에 언제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국내 경제상황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통화 정책은 시차가 길다보니 실제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내년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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